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임태훈을 석방하라

또 한 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갇혀 재판 중에 있다. 그는 성공회대학교 엔지오대학원에 재학 중인 평범한 청년이다. 그 역시 여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같이 자신의 윤리적 신념과 결단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다른 병역거부자들과 다르다. 최근 그는 자신이 증거인멸과 도주의 위험이 없음에도 구속 결정을 내린 당국의 판결에 항의해 25일 남짓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였다. 초췌한 모습으로 재판정에 출두한 그의 모습을 본 그의 벗들은 모두 안타까운 심정을 누를 길 없었다.
그의 이름은 임태훈이다. 그는 한때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활동가로서 동성애자의 인권 현실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헌신하였고 현재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회원으로서 역시 동성애자의 사회적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진력하여 왔다. 또 그는 성공회대학교 엔지오대학원에 진학하여 동성애자 에이즈 감염자의 문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의 탄핵 정국을 둘러싼 소란에 파묻혀 그의 고독한 양심적인 병역거부는 세인의 관심에서 벗어난 채 벌어지고 있다. 같은 동성애자로서 그리고 그의 선배이자 벗으로서 나는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그가 벌이는 싸움이 고독하지만은 않음을 알리기 위해 이 지면에 글을 쓰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음을 밝혔다. 아울러 현재의 병역제도 안에 포함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군복무에 적합한 적성을 확인하고 검증한다는 명분에서 이뤄지는 설문에서 성전환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이를 군복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비판하였다. 그간 한국사회에서 군복무는 남성에게 중요한 권리로 인식돼 왔다. 근년 논란이 되었던 군가산점 제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군복무는 곧 남성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 인정받고 대우받도록 하는 중요한 권리의 제도였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군복무의 권리에서 배제된 성적 소수자는 취업은 물론 공직에서의 활동에 심각한 차별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미 비공식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많은 동성애자들이 일종의 심리적 이상으로 판정되어 여러 굴욕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처지에 비추어볼 때 그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군복무를 거부한 것과 군복무를 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군복무 중에 있는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전혀 어긋난 일이 아니다. 그는 인권운동가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군복무를 거부한 것이다. 또한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로서 그는 군복무가 한국사회에서 성인 남성으로서 사회적 인정을 받고 통합되는 중요한 통로임을 주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복무가 곧 성적인 소수자를 차별하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임을 고발하고 비난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양심적인 병역거부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떳떳이 밝힌 채 한국의 병역제도의 반인권성을 문제삼고 있다. 나는 이미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서 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얼마나 대단한 실존적인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또한 그것이 단순히 윤리적인 용기로서 치하받기에 앞서 또한 동성애자 사회가 형성되기 위한 필수적이고 피할 수 없는 행위임을 잘 알고 있다.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이 침묵에서 벗어나 서로를 지원하고 결속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활동의 출발점이다.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들어 커밍아웃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음을 모르지 않지만 나는 그것이 한 명의 개인적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 권리라면 비겁하고 또한 옹졸한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크고 작은 사회에 자신이 성적 소수자임을 알리는 일은 그 사회의 모든 곳에 스며 있는 이성애적인 규범과 질서를 새롭게 조명하도록 이끈다. 결국 커밍아웃은 동성애자가 자신의 거역할 수 없는 삶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 차이를 일깨우고 변화를 촉구하는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가 굳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참여한 것은 나를 포함한 성적 소수자에게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임태훈의 투쟁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의 외로운 싸움의 벗이 될 것을 자청한다. 또한 그의 조속한 석방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더불어 군대 안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받으며 복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소수적 성정체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차별과 모욕을 받지 않은 채 병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복무 기준과 교육이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 다시 한번 밝힌다. 동성애자로서 그리고 평화주의자로서 나는 임태훈씨의 투쟁을 지지한다.
서동진/문화평론가
http://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4/04/0010620002004040719251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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