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을 후원하는 모임을 제안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어있는 우리의 벗, 임태훈씨의 1심 재판이 끝났습니다. 지난 5월 15일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이하며 우리는 아직도 서울구치소에 갇힌 수인의 신세에 놓인 임태훈 씨를 상기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알다시피 그는 최근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의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불구속 수사, 보석 허가, 재판 유보 등의 흐름과는 달리 재판부의 “독특한” 재량과 판단에 의해, 실형 1년6개월이라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고 동성애자의 군대 내에서의 차별을 폐지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진 이들은 이번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임태훈 씨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뜻을 한데 모으고자 합니다. 다행히 최근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게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자신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제 권리와 합치하는 것임을 뒷받침하여 주었습니다. 우리는 임태훈씨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보여준 인권을 향한 참담한 인식에 대한 실망에서 벗어나 이후 재판 과정에서 그의 평화를 향한 충정과 양심적인 결단이 보다 깊이 존중받고 그의 조속한 석방을 포함한 전향적인 판결이 이뤄지길 기대하여 봅니다. 이에 우리는 임태훈씨가 지난 재판 과정에서 겪었던 부당하고 모멸적인 대우를 지적하고 아울러 다음의 재판 과정에서 우리가 품은 기대와 희망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임태훈씨는 최후 진술과정에서 병역거부자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던 중 판사의 제지에 의하여 최후진술이 중단되는 폭력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병역거부라는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려야 했던 배경이었던 인권운동가로서의 전력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우리를 실망케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임태훈 씨의 전력에 관한 기록에 충분히 제시되었던 그의 인권운동가로서의 활동을 참고하지 않은 채, 그에게 “무슨 인권활동을 했느냐”, “국제사면위원회는 어떤 단체이냐”는 등의 납득키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이는 재판부의 성실한 심리의 태도를 의심케 할 뿐 아니라 피고인 임태훈씨의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로서의 삶을 폄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를 품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재판의 경과를 지켜보며 임태훈 씨의 동성애자로서의 소수적 성정체성에 관련된 편견이 재판부의 심리 및 판결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인정하기 어려운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헌법의 근본적인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인권의 규범에 위반된다는 것이 널리 인정받고 있는 지금, 재판 과정에서 임태훈 씨의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자 차별에 대한 항의와 비판은 지극히 정당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그의 동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에 관한 언급과 검토를 기피함으로써 동성애자로서의 그의 특수한 지위와 입장을 무시하였습니다. 임태훈씨의 동성애자 정체성은 양심적인 병역거부를 결단하게 하였던 중요한 이유이자 근거였음에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그의 양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하는 노력을 거부함으로써 매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알다시피 현재의 병역법은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병역법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상태이고 그 위헌성 여부가 아직 판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 연유로 현재까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많은 재판이 최종 판결을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로 연기하여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임태훈씨의 경우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달리 구속 수사를 받음은 물론 보석 조치까지 거부당함으로써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항소심에서 보다 전향적인 결론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우리의 희망에 작은 용기를 더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임태훈씨의 예정된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전향적인 접근을 기대합니다. 물론 양심적인 결단을 내린 그에게 어떤 증거 인멸과 도주의 위험이 없음은 물론입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마땅히 보석 결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재판부가 그의 양심적 결단을 존중하고 평화와 인권을 향한 그의 충정을 이해하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는 군복무에 따르는 노역과 수고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살상의 전쟁을 거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우리는 임태훈씨가 대체복무제의 도입과 개선을 한결같이 주장하였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전체 병역 의무 이행 대상자 가운데 60%정도만이 현역병으로 복무하고, 나머지 40%는 병역특례 등 기타의 방법으로 병역을 이행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가 곧 안보불안을 야기한다는 식의 주장이 전연 근거 없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안보와 반공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인권을 서슴없이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질식시켰던 과거의 군사독재 시대의 논리로 병역 의무의 이행을 재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한 개인의 양심에 따른 결단임과 더불어 안보와 국가적 이익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억압적으로 지배하고 훈육시켰던 구 시대의 마지막 잔재를 극복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친근한 벗, 임태훈 씨의 양심적 병역거부의 결단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힙니다. 그리고 그의 조속한 석방과 군대 내에서의 어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 때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을 다짐합니다. 아울러 그의 처지에 공감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의 참여와 지지를 기대합니다.
2004. 5. 24.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임태훈을 지지하는 동성애자들의 모임
(서동진, 중전, 달래, 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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