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신체의 인류학: 무용수의 사회적 몸을 기억하고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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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본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몸을 본다는 것이다. 그 때 몸을 본다는 것은 흔히 몸을 본다고 말할 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몸을 보는 눈길은 다양하다. 과학의 눈길로 보는 몸이 있을 것이다. 의사는 몸을 본다. 병원에서 스스럼없이 의사에게 몸을 보여줄 때, 그 때의 몸은 의학이라는 과학적 지식이 들여다보는 몸이다. 그 때의 몸은 나의 구체적 인격이라기보다는 건강과 질병이라는 상태의 증거로서의 몸이다. 사랑의 눈길로 보는 몸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몸짓과 안색을 살핀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가 기쁘고 즐겁기를 원한다. 그의 어색하고 불편한 낯빛을 보면 불안하고 걱정에 휩싸인다. 이 때 우리가 보게 되는 몸은 친밀성이라는 관계를 통해 응시하는 몸이다. 이처럼 우리는 몸을 보는 여러 가지의 눈길 사이에서 왕래한다. 그렇다면 춤을 바라볼 때의 그 몸이란 무엇일까.
<춤이 말한다 2014>는 무용수의 몸에 말을 건넨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이의 몸을 바라볼 때 우리는 환상 속에 푹 잠긴다. 그 때 그 몸은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하품을 하고,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바라볼 때의 그런 몸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 무용수의 몸은 음악을 배경으로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현실로부터 벗어난 환상 속의 몸을 상연한다. 우리는 그 몸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얻고 그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열광한다. 그 몸은 완벽하고 아름답고 특별하다. 그러나 무용수의 몸과 춤을 바라보는 관객의 몸 사이에 놓인 거리는 얼마나 큰 것일까. 춤을 자신의 일로 삼고 살아가는 이에게 자신의 몸은 밥벌이의 도구이고 심미적인 표현의 매체이고 또한 동시에 다치고 앓고 나이를 먹어가는 그런 평범한 신체로서의 몸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용수의 몸에 투사된 환상을 거스르며 그들이 어떻게 자신이 몸을 생각하고 근심하는지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를 위해 우리는 그들의 몸을 의학적으로 진단하고, “직업”으로 춤을 추는 이들이 처한 몸의 상태를 점검하고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었다. 그리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초대하여 그들의 몸을 진단하고 분석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노화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그에 대처하려 어떤 묘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남자/여자로서의 자신의 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그에 대하여 어떤 부담 혹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 뒤에서 어떻게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다스리고 있을까. 지구화된 공연예술의 세계에서 다른 신체를 가진 무용수와 함께 공연을 할 때 그들은 “동양적 신체”란 신체적 정체성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실까. 그들은 어떤 영양제를 먹고 어떤 식이요법을 하고 건강을 관리하려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여러 가지 물음들을 던지며 우리는 예술이라는 장(field)에서 나타나고 상연되는 몸과 그로부터 벗어나는 몸 사이의 갈등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공연은 “렉처 퍼포먼스”라는 형식을 취한다. 렉처란 말 그대로 지식을 전달하고 생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것을 굳이 가리치고 배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용수가 자신의 몸에 관하여 무대 위에서 말을 하고 또 그렇게 발언된 몸으로 춤을 춘다는 것은 무용에 관한 새로운 체험과 지식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이다. <춤이 말하다 2014>는 그렇게 춤에 관한 춤, 춤추는 자의 몸에 관한 춤을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전과 같이 춤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_드라마트루그로 참여한 국립현대무용단 <춤이 말하다> 공연 프로그램을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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