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읽는다는 것: 앨런 세쿨러를 그리워하며

Allan Sekula , Noël Burch – The Forgotten Space

사진을 ‘읽는다’는 말은 가치가 하락한 지 오래이다. 한때 사진은 의미, 이데올로기, 신화, 코드 따위를 탑재한 이미지이자 텍스트였다. 그것은 읽기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정되기 위해 우리 앞에는 ‘쓰인’ 사진이 놓여있어야 했다. 즉 어떤 의미를, 이데올로기를, 가짜 진실을, 허위적인 욕망을 기재하고 등록한 이미지로서 사진이 그들 앞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을 뒷받침해주었던 것은 사진 자체이기도 했지만 그를 위해 불가분한 하나의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사진이라는 소우주 속에서도 사진이 자리하는 시대의 소인(消印)이 찍혀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오늘날 연기처럼 흩어진 듯 보이는 갈등의 원리이다. 나는 갈등의 원리를 장소이든 시간이든 물질적 흔적이든 이미지이든 모든 것에 사회를 규정하는 지배와 갈등이 비쳐있고 또 조심스러운 눈길로 그것을 헤쳐 보면 그것을 찾아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읽는다. 그것은 대상의 편에 무늬처럼 새겨져있는 대립과 모순의 기호(記號)를 일컫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읽는다는 것: 앨런 세쿨러를 그리워하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