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없는 시대의 교과서들


MGMT - Electric Feel



교과서 없는 시대의 교과서들 - 교과서는 국민의 텍스트인가


번호를 가진 사람

슬프게도 나는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흐릿하다. 내가 워낙 늦둥이로 태어난 데다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 시절 자리에 쓰러져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까지 정신을 놓은 채 내내 병석에 누운 모습으로 계셔야 했다. 그 탓에 아버지는 내 성장기 동안 그냥 풍경처럼 우두커니 말없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별나게 기억에 남아있는 한 토막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일제 시대에 강제 징용을 당해 군대에 다녀 온 일을 두고 향수에 젖는 일이었다. 일제 징용을 다녀왔으니 분명 고역스럽고 분이 치밀었어야 마땅할 터인데, 아버지는 마치 대단한 일이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그것도 강제징용을 당한 일을 듣기 좋은 이야기인양 둘러대는 것이 나는 의아했다. 더욱이, 나는 군대에 다녀온 일을 인생의 무슨 큰 사건인 양 너스레를 떠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군사독재가 서슬 푸르던 시절이었고, 나는 군인들이 세상을 쥘락펼락하며 세상을 단속하고 다스리는 것을 몹시 싫어하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군대이야기는 그다지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알튀세르/푸코를 위한 인터뷰


The Tough Alliance - Neo Violence


1. 알튀세르 뿐만 아니라 어떤 학문적인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지,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말씀해 달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공식적인 활동인 셈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는 디자인과 미술에 관련한 학교이다. 그와 인연이 먼 공부를 한 전력에 비추어 보면 조금 엉뚱한 곳에서 살아가는 셈인데, 나는 내게 이곳이 꽤 괜찮은 서식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술이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배우게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사물과 이미지의 세계에 에워싸여 살고 있으면서도 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조직하고 상품을 만들어내며 어떻게 사물 자체를 탄생시키는지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나는 관념의 세계 못지않게 물질적 삶의 세계에 관심을 두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부터 틈틈이 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다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일을 빼면 당연히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체질적으로나 기벽으로서나 학술적인 지식인이지 못해 주로 사회비평적인 저널이나 매체에 자주 글을 싣는 편이다. 그리고 뜻이 맞는 이들과 한 주에 한 번씩 글을 읽고 입씨름을 벌이는 작은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지금 준비하는 공부는 “일상생활의 금융화”란 것이고, 아직은 생각의 밑그림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