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이 시민이 되어버린 동성애자들


ceo-Come with me


동성애의 게이화

언제던가 괜찮은 남자는 다 애인이 있고 멋있는 남자는 죄다 게이라던가 하는 광고가 티비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꽤 잘 나가는 시사주간지에서 내게도 동성애자 남자친구가 있었다면 하는 이성애자 여성의 수다를 큼지막하게 싣기도 했다. 최근엔 연속극의 여제, 김수현의 티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두고 시끄럽다. 일전 통화했던 어느 언론사 문화부 기자의 표현을 빌자면 “동성애자가 안방극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기독교집단은 늘 그랬듯이 동성애자를 조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냈다고 시청거부운동을 펼치는 등 야단법석이다. 그래서 지난 10년동안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동성애자는 누구인가를 묻고 알리는 대중매체의 기사나 프로그램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여기에 잠깐 토를 달자면 거기에서 들먹이는 동성애자란 당신들의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실은 대중문화 안에서 소비되는 동성애 정체성은 이성애자사회가 지어낸 환상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동성애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허위라고 말할 일은 아니다. 그 환상은 또한 동성애자 편에서도 참조하고 또 써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동성애 그리고 동성애자란 것이 무엇인지는 동성애자 스스로가 그 대답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그들 자신의 목소리로” 라는 이름으로 경청하는 동성애자 자신의 목소리라고 해서 동성애와 동성애자의 진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에 이끌린다거나 정서적인 친밀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곧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에 속한다거나 혹은 동성애자에 관한 진실을 가지고 있음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역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배우고 익힌다. 그래서 많은 동성애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동성애자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라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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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 10/07/06 14:04. X
아~ 속 시원해요! '남자' 문화연구자들에게 '잠재적인 치한'이 되고 있는 '남자'들에 대해서 대체 어쩔꺼냐고 물으면, '그' 남자들과 자신은 다르니 같은 취급하지 말라는 말이나 듣고..... 사회를 떠도는 성폭력 '위기 담론'에 대해 새로운 성별분업 대책본부가 필요한 것 아니겠지만.... 얌체짓하는 놈들만 보다가 이글을 보니 체증이 확~ 사라지네요. 뭐.. 그리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homopop - 10/07/07 01:41. X
조금 내지르는 대책없는 글 아닌가 싶었는데 좋게 읽어주셨네요. 체증을 풀릴만큼의 글이라기엔 좀 온건했는데..:-) 요즈막의 성정치의 꼬락서니에 관해 한번 판을 벌일 기회가 오겠지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급진 성정치적 사고의 똘아이가 왜 이토록 희귀할까요? ㅠ
Hendrix - 10/07/07 09:50. X
요새 푸코에 꽂혀있는데, 사라 밀스의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를 읽었는데요. 거기에서 "푸코는 타인에 의해 강요된 정체성을 전복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퀴어 이론가들에게 정체성이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수행적인performative 것으로, 우리가 행하고 실천하는 것, 혹은 기존의 담론 관행의 파편들을 조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p.178)라는 말이 떠오르는 군요.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문화경제학> 수업 끝까지 못들은 게 못내 아쉽네요.

거품/여기서 만나는 군요. 근데 잘 쉬셨심??
거품 - 10/07/07 12:12. X
음냐~ 뭐 온건했다고 하시면, 체증 풀린 제가 좀 민망한~ ㅋㅋㅋ 농담이구요. 저는(부끄럽게도) 급진 성정치에 대해서는 깊이깊이 생각하지는 못했구요. 제가 속이 쉬원했던 것은 이점 입니다. '잠재적 피해자'를 함께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부분에서 라고나 할까요?
저는 아마 늘어나는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사실 별로 즐겁지 않은 고민이죠. 뭐랄까. 잘 상상도 안되고...이럴땐, 좀 분업해서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이 글을 보니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물꼬를 터 주셨다는 지점에서요. ^^ 똘아이가 등장하면 진짜~ 감사한 거죠^^

핸드릭스/꼭 여기서 인사 안해도 우리 자주 보지 않남요? ㅋㅋㅋ
homopop - 10/07/08 01:04. X
성정치는 딱히 따로 시간을 내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수시로 겪고 체험하고 뒤척이는 문제들에 대한 감각이지요. :-) 잠재적 피해자는 무엇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저는 최근의 자유주의 성정치가 만들어낸 희대의 용어가 harassment(저 유명한 일본어 "하라스")와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일전 나온 화학적 거세란 것을 두고 글을 쓸까말까 생각 중이었는데 거품님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거품 - 10/07/08 12:42. X
하하하! 맞네요. 성정치는 따로 생각하는 게 아닌 건데.. '정체성의 정치'나 '당사자주의'가 떠올라, '앗 뜨거' 했죠. 사실 잠재적 '피해자'도 말이 안되는 용어네요. (역시, 올바른 혹은 적절한 용어 사용은 쉽지가 않네요.막 지르는 급한 성격이라..) 뭐. 무늬만 여자라면, 대부분 성폭력 피해 대상으로 간주된다고 볼 수 있으니, 확장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위기' 관리의 능력이 개인의 책임인 상황에서, '가해자' 늘리기가 별 도움 안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경계할 대상이 늘어나면서도 갈수록 모호해지니, 피로감이 확 증가되고, 개인에게 할당된 책임도 확! 증가 된다고 할까요. 일례로, '아동 성폭력'은 늘 그만치 있어왔던 것일텐데요. 최근 유독 증가추세라고 볼 수 없는 '아동 성폭력'에 대해서 '긴급히' '안전' 대책이 요구되어지면서, 녹색 어머니회 활동을 증가시키고, 초등학교에서 남자 학부형 출입을 막겠다고 하니... 아예, 남자 교사를 뽑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어서.. '화학적 거세'에 대해서도.. 이게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요. 정말. 이게 '해결책' 이나 될까나 싶고, 범죄를 줄이는 '공포심 유발'한답시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퍼포먼스 같아서.... 한쪽에선 여전히 남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발기 부전' 치료를 하라고 하거나, 여자를 만족시키는 성기 '크기' 에 대해 대놓고 의료산업으로 확장 시키고 있는데요. 그들이 생각하는 남성성은 오로지 '성기' 빼놓고는 상상 할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상상력의 빈곤인데, 신체 일부인 '성기'를 빼놓고 성에 대해 인식할 아무런 문화적 토대가 없는 현실의 반영이 아닐까 합니다. 거기서 여성의 성 역시 자유로울 수 없겠지요. 그저 무섭고, 막막할 뿐이죠. 그렇게 한정적으로 '남성성'을 이해하는 것에 갑갑한 사람들은 없나 모르겠어요. 그건 이 세상에 모두 '성기'들만 걸어다닌다는 그림과 별 다르지 않나 싶어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진 않잖아요? 이건 뭐, 공포의 성 정치가 아닐까 싶어요.
homopop - 10/07/09 01:35. X
너무 막 나가는 것 같기도 한데요. :-) 전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버전의 발상이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머리밖에 없는 남자, 몸밖에 없는 여자, 이 두 적대적인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곤구하려 한 보봐르식의 생각엔 뭔가 엄청난 주장이 있지요. 저는 아니라 관계의 윤리학이란 것을 성차의 사회학으로 돌리는 것에 일단 강하게 저항하는 편입니다. 좀 복잡해질 이야기겠지만 섹스에 게재된 무시무시한 윤리적 폭력의 차원을 간단히 남녀관계의 매너와 정치적으로 올바른 자세로 간단히 풀이하고 그것을 처방하는 것은 어딘가 엇나간 처방이란 생각입니다. 그것이 어떤 그/그녀이든 실은 나에겐 불가해한 타자로서 먼저 마주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으음, 저도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거품 - 10/07/09 14:14. X
여기서 그만 댓글달기를 마칠까 하다가....갑자기 뇌와 심장이 쪼그라 들어서, 조금은 스스에게 위로삼는 한마디 정도 남겨야지 싶네요. 아마두 제가 고민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돌아가는 세상을 이해해보자는 정도여서, 파고들어 원리를 캐내는 내공은 없네요. 그건, 현재로썬 제능력밖이라 지혜를 탁월히 선보이시는 분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지요. 그러나 굳이 뉴스에서 떠들지 않아도, 최근 혼자 사는 친구들 집에 밤이고 낮이고 자기 집처럼 들어오는 낯선 남자들이 늘어나더라구요. 경찰에 신고해 봤자 '사건' 처리도 안되는 사건 들이죠. 그리그 거기에는 분명,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성적 소수자가 된 어떤 계급의 남성들이 있고, 가족경제에 들어가진 않은 싱글 여성들나 다양한 신종 섹스워커들이 그들과 만나고 있고, 영화화 되고 있는 여중생들의 죽음이나 아동 성폭력도 연장선이 아닐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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